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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외 여행(2022)

[4월의 산티아고 순례길] 부르게떼-수비리(Bruguette-Zubiri) /수비리 알베르게 -Day3

by 우당탕탕이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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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Wed. 산티아고 순례길 셋째 날이다. 초보 순례자가 겪기엔 전 날 너무 드라마틱한 날씨로 인해 격동의 순례길을 겪어서 그런지 눕자마자 바로 기절했고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고 온 몸이 쑤셨다. 옆에 함께 잔 프랑스 할머니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하고 계셨다. 생장에서부터 시작하셨다고 해서 젊은 우리도 넘기 힘든 피레네 산맥을 어떻게 넘으셨을까, 어디 다치신덴 없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할머니는 차를 타고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고 하셨다.

짝꿍하고 나는 몸이 침대에 붙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몸이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근육이 놀라서 더 근육통이 심했던 것 같다. 다행히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며 일어났다. 비에 푹 젖은 등산화와 널어둔 빨래가 제발 말랐길 바라면서 일 층에 내려가서 확인을 하고 짐을 꾸렸다. 비록 셋째 날 밖에 안됐는데 극심한 근육통을 얻었지만 아직 초반이니 즐겁다. 

 

 

 

부르게떼 알베르게 리뷰

 

Lorentx albergue 조식은 맛있었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일 층에 내려갔는데 조식이 준비되어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베르게에서 주는 가장 가성비 퀄리티 좋았던 조식이었던 것 같다.

아래 사진은 3명의 아침조식을 차려둔 것인데 구성은 과일 2종류(바나나, 사과), 빵 2종류, 요플레 1개, 과일주스 1개, 커피 캡슐 1개, 여러 가지 잼과 버터 그리고 '올리브 오일'이다.(아래 사진에서 과일 접시와 잼 바구니 사이에 있는 투명 그릇에 담긴 것이 올리브 오일) 다른 것 보다도 올리브 오일을 주는 게 좋았다. 스페인은 올리브가 유명하니까 일회용 사이즈로 올리브 오일도 주는구나 생각해서 조식을 먹으면서 스페인 알베르게 조식은 올리브 오일을 다 주는 줄 알았는데 이 알베르게에서만 주었다. 5유로 치고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침 메뉴

 

춥지만 비가 안와서 다행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호스트와 부엔 까미노를 외친 뒤 인사를 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아침 날씨는 쌀쌀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비가 내리지 않음에 감사했다. 부르게떼 마을을 관통하여 다음 마을로 가는 길은 힘든 것 없이 평평한 길이었다. 소도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있었고 몸은 뻐근하지만 상쾌한 걸음으로 셋째 날 순례길을 시작했다. 

바이바이 부르게떼
Espinal 마을

 

3, 4km 정도 걸으니 부르게떼와 비슷하게 생긴 마을이 나왔고 넓은 초원도 지나고 무리 없이 걸었다. 초원을 보니 눈이 시원하지만 그 위에 떠있는 구름들 색깔이 심상치 않았다. 

멋진 풍경

 

잘 걷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짝꿍의 다리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허벅지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걷는 걸 떠나서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했다. 엎친데 덮친 격 나의 오른쪽 새끼발가락도 퉁퉁 붓기 시작했다. 마땅히 멈출 수도 없고 절뚝거리면서 아주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휴식도 많이 취하며 걸어가기로 했다. 경치는 참 좋았는데 점점 날씨가 흐려지고 있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초원위에 양과 소를 많이 보게 된다. 가다가 양 무리를 만나서 가던 길을 멈추고 풀 뜯어먹는 모습을 멍하니 구경했다.  초록색 풀 위에 하얀색 양이 띄엄띄엄 있으니 색감도 이쁘다. 저 양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지켜보든 말든 관심도 없고 풀만 열심히 뜯어먹는데 지켜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초원 위에 양 들

 

친구를 만나다. 

걷다가 오리손 산장에서 친해진 히사코(일본) 부부를 만났다. 히사코랑 크리스(미국)는 싱가포르에 사는 부부인데, 크리스가 안식년이라 이 기회에 순례길을 왔다고 했다. 오리손 산장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친해졌고 다음날 함께 고난의 길을 떠났지만, 그들은 론세스바예스에서 하루를 묵고 우리는 부르게떼에서 묵었으니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우연히 만나게 돼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함께 걸으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다리 아픈 것도 잊고 걸었다. 

 

좌 : 오르막 길을 열심히 오르자 / 우 : 히사코를 만났다

 

스틱이 필요해..? 

우리의 속도를 맞추면 너무 늦어지니까 함께 걷던 히사코를 다음에 또 만나길 기약하며 먼저 보내고 열심히 걸었다. 수비리까지 가는 길은 좋았는데 내리막 길이 굉장히 심하다. 게다가 전날 피로도를 품고 돌로 가득한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가는 것은 발바닥에 물집을 유발하고 다리에 굉장한 힘이 들어간다. 

순례길 준비물로 스틱은 꼭 필요하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틱을 유용하다고 말한다. 나는 손에 어떤 것을 들고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짝꿍도 좀 걸어보고 필요하면 그때 사겠다고해서 파리 데카트론에서 사진 않았다. 다리가 정말 아팠는지 가다가 나무 막대기를 주워서 짚고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순례자였다. 나도 따라서 주워서 걸어봤는데 확실히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간다. 근데 팔에 힘을 주게 되니까 팔이 아파서 다리 아픈 걸 잊게 만든다.

나는 스틱이 정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짝꿍이 말하길 무릎이 안 좋으신 분은 필히 스틱이 필요하고 없다면 우리처럼 나무 막대기라도 주워서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해주었다. 

나무 막대기 유용하다

 

수비리에 가는 내리막은 돌로 가득하다

정말 가득하다. 우리 둘이 내려가면서 우스갯소리로 '누가 트럭으로 돌을 퍼다 날랐냐'라고 말할 정도로 내리막 길에 돌이 가득했다. 심지어 돌이 바닥에 박혀있었다. 이렇게 사진처럼 돌이 박혀있는 땅은 태어나서 처음 본 것 같다. 이런 길을 쉴세없이 내려가야 하다 보니 계속된 마찰 때문에 발바닥이 정말 괴롭고 무릎까지 시큰하다. 

돌로 가득한 내리막 길

 

한참을 내려가면 수비리 마을이 보인다. 19km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마을 이름이 알파벳 Z로 시작하는데 주비리라고 하지 않고 수비리라고 하는 이유는 스페인 발음으로는 수비리가 맞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걸 몰라서 주비리라고 했지만 워낙 나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주비리, 수비리 통용되는 분위기다. 애초에 순례길 마을 이름을 읽는 것과 외우는 게 어려워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수비리 마을이 보인다

 

 

 

수비리 숙소_Pension Zaldiko (Albergue Zaldiko에서 운영)

가격 : €45/2인 (private room)

시설 : 방 4개/화장실 2개 셰어 하우스, 세탁기,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냉장고, wifi o, 수건 제공, 방에 테라스 있음  

기타 : 방 1개에 한 팀씩 사용, 화장실과 주방은 공용으로 사용, 커피 캡슐과 티백, 우유 제공, 방마다 열쇠 있음(보안 좋음)

 

다리 상태가 안 좋으니까 걷는 속도가 한참 늦어졌고 천천히 걸어왔기에 남들 도착하는 시간보다 마을에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숙소 예약을 안 하는 우리는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평점 좋은 곳부터 문 두드리며 침대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숙소들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몸은 아프고 더 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하고 albergue zaldiko에 갔는데 2인실 숙소가 있다면서 거기로 안내해주었다. 여자 호스트 였는데 친절하셨고 한국인한테 우호적으로 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숙소는 쉐어하우스였는데 우리를 마지막으로 모든 방이 찼다. 방을 하나씩 쓰는 거고 주방과 화장실은 공용이다. 무엇보다 세탁기가 있는데 돈을 내지 않아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같은 층을 몇 명이서 공유하는 숙소이다 보니 방음이 취약하고 화장실, 설거지 등 기본적인 매너를 안 지키는 사람을 만나면 피곤하지만 45유로에 이정도 시설이면 추천할 만한 숙소라고 생각한다.  숙소 못 구해서 큰일 났다 싶었는데 운 좋게 하룻밤 편하게 보냈다.

 

숙소 외부
숙소 내부 : 주방, 방, 방 내부의 테라스

 

 

 

점심_ Bar Valentin

순례자 메뉴 2인 + 맥주 2잔 = € 29

다들 술 마시고 있는데 우리는 밥 달라고 했으니 레스토랑에도 문 닫기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밥을 안 줄 것 같아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는데 다행히 밥을 주셔서 고마웠다. 메뉴를 보여주긴 했는데 영어 메뉴는 아니었고 대충 닭다리처럼 보여서 시켰는데 닭이 아니라 칠면조였던 것 같다.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음식도 맛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마을을 구경하면서 돌아 다니고 싶었지만 몸도 너무 안 좋았고 너무 추워서 밥 먹고 슈퍼에 들러서 먹을 것을 사고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8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안 기다리고 슈퍼에서 사다가 주방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게 좋았다. 불을 쓸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전자레인지, 커피 포트라도 쓸 수 있으니까.

마을을 돌아다니지 못한 것이 좀 아쉽지만 저녁은 간단하게 슈퍼에서 사 온 인스턴트 피자를 데워서 맥주와 먹고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저녁

 

 

이렇게 셋째날 부부 까미노도 무사히 마쳤다. 다음날 아침 일곱시에 교회에서 치는 종소리를 마무리로... 아침인데 아직 캄캄하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교회, 종소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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