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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외 여행(2022)

[산티아고 순례길] 팜플로나-푸엔테 라 레이나 (Pamplona-Puent la reina) / 용서의 언덕, 우르테가에서 택시, 알베르게 -Day5

by 우당탕탕이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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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15. Fri. 산티아고 순례길 다섯째 날이다. 나는 진통제를 먹으면 눈과 목구멍이 붓는 알레르기가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약 알레르기가 난 느낌처럼 눈이 떠지지가 않았다. 어젯밤에 약을 먹고 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놀라서 거울을 보니 눈 주변에 두드러기가 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덜컥 겁이 났다. 눈이 부어오르는 알레르기는 정말 안 생기길 바랐는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원인도 모를 일이 생기다니.. 산티아고를 떠나기 전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내가 아프면 약을 자유롭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언어도 안 통할 거고 특이체질을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한국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약으로 챙겨 왔다. 하지만 눈을 안 붓게 만드는 약은 있어도 부어오른 눈을 가라앉히는 약은 없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 계속 아파오던 발목이 더 이상 못 걷겠다고 엄청난 시그널을 보냈다. 눈도 안 떠지는데 발목까지 말썽을 부리고 오늘 어떻게 걷지 하는 걱정에 휩싸였다. 나갈 시간은 정해져 있고 나가려면 짐은 싸야 하는데 당장 침낭을 접기 위해 몸이 안 움직여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유도 모르게 내 몸뚱이가 이렇게 된 게 너무 서럽고 당장 오늘이 막막해서 엉엉 울었다. 내 행동에 온 몸이 굳었는지 본인 짐은 다 싸놓고 내 눈치만 보고 어쩔줄을 모르는 남편이 야속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해서 가장 크게 짝꿍에게 화를 낸 날이다. 그의 표현으로 일명 팜플로나 대첩.ㅎㅎ

순례자를 위한 공립 알베르게는 연박이 불가하고 1박만 해야하는것이 원칙이다. 의사의 진단서가 있다면 연박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나는 진단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 원인 모를 알레르기가 자고 일어났는데 이곳에서 생겼기 때문에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발을 끌고서라도 걷기로 마음먹고 꼴찌로 알베르게를 나섰다. 

나중에서야 한 이야기지만 짝꿍은 망가진 등산화를 길 위에 멋지게 버리고 싶었는데 내가 아침부터 정신없게 만들어서 침대 밑에 버리고 온게 아쉬웠단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미안하더라.. 하지만 너무 아팠다고..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어제는 그렇게 사람이 많았던 골목골목이 너무 고요했다. 어제 못 본 마을과 건물들을 구경하며 마을 밖으로 향했다.

 

산티아고순례길 팜플로나
산티아고순례길 팜플로나산티아고순례길 팜플로나

 

 

 

큰 마을이라 마을을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한다. 발목도 왜 그 부분이 아픈지 원인을 잘 모르겠는데 등산화를 신으면 복숭아뼈 뒤쪽 발목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팠다. 막상 가려고 길은 나섰는데 얼마 가지도 못하고 공원 벤치에서 주저앉고, 조금 더 가다가 나바라(Navarra) 대학교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앉아서 2차로 눈물을 흘렸다. 걷지도 못하겠고 구글맵 찍어보니까 주변에 체크인 할 수 있는 숙소도 없고 뭘 알아보기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다시 팜플로나로 돌아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도 불가능하고 부활절 연휴라 숙소가 내 입맛대로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눈 주변에 두드러기 났는데 우니까 더 부어서 최대치 못생김이 장착되었다.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 출발했다. 

 

몸은 너무 아픈데 이 와중에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 밭은 정말 예쁘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걸었다. 

 

산티아고순례길

 

 

사진으로 담기지 않지만 정말 땅이 어마 무시하게 넓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아니라 땅이라는 게 굉장하다.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 하나. 

산티아고 순례길의 묘미는 내가 일찍 출발하든 늦게 출발하든 새로운 친구들을 계속해서 만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늦게 출발한 데다가 속도도 느려서 뒤처지는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는데 순례길에서 뒤쳐지는 것이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즐기면서 걷는 것이지 누군가와 레이싱을 한다고 조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처럼 늦게 출발해서 만나는 친구들은 보통 몸 어딘가가 아파서 무리하지 않는 순례자들이 대부분이다. 딱 보면 어딘가 아픈 곳이 있다는 느낌을 풍기는데 웃프지만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다. 그래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몸 상태를 물으며 걱정해준다. 몇 마디 대화를 하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며 걷다 보면 친구가 생긴다.  

해가 정말 강하고 길에는 돌이 가득하다.

 

 

 

 

점심_Albergue San Andres

또르티아(감자/참치)가 들어간 샌드위치 2개 + 코카콜라 + 오렌지주스 = €11.20

 

다리를 질질 끌며 마을에 도착했는데 알베르게는 운영하지 않았다. 다음 마을까지 또 가야 한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또르띠아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밖에 내부에 테이블이 없다고 밖에 아무 데나 앉아서 먹으라고 했다. 개의치 않고 재빠르게 그늘을 찾아 자리 잡고 신발을 벗고 발을 말린다. 주문하자마자 아주머니께서 만들어주시고 앉아 있으면 가져다주신다. 

내가 흘린 빵 쪼가리 먹겠다고 참새들이 우리 주변을 맴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

 

 

 

 

 

 

 

 

 

든든히 먹고 다시 출발! 끝없는 돌 오르막 길을 오른다. 눈은 점점 가라앉았고 다리가 아픈 건지 덥고 오르막 길이 힘이 들어서 잊힌 건지 모르겠다. 그만 가고 싶었다.

 

산티아고순례길

 

 

용서의 언덕 

용서의 언덕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포토스팟 중 하나이다. 하필 상태도 안 좋은 날 이곳을 지나가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것대로 즐기기로 한다. 아무도 없어서 오히려 좋아, 여러 각도로 사진 찍고 있는데 부르게떼 레스토랑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했던 호주 아저씨가 용서의 언덕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저씨 한 장 찍어주면서 우리도 같이 찍어달라고 했는데 위에 싹 다 잘라버리고 달랑 한 장 찍어주고 쿨하게 가버렸다. 사진에는 영 소질이 없다. ㅎㅎ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

 

 

드디어 하산, 돌 길 공격

오늘 유독 풍차들이 많이 보였다. 바람이 많은 곳이라 그런가.. 내리막 길은 발목이 아프니까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조심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다행히 컨디션도, 우리의 기분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비록 너무 해가 따가워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순례길

 

 

우테르가(Uterga)마을에서의 멘붕 (feat. Camino del Perdon)

산을 다 내려와서 드디어 알베르게가 두 개나 있는 우테르가 마을에 도착했다. 시간은 다섯시 반,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진작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인 데다가 내 다리는 도저히 더는 못 간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곳 모두 머물 수 있는 침대가 없었다. 부활절 휴일이라 현지인들도 순례길을 걷고 숙소를 이미 풀로 예약해놓아서 예약 안 하고 다니는 우리는 숙소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까미노 델 페르돈 bar에 있는 호스트 언니한테 맥주 한 잔(€3) 시키며 다리 때문에 더 이상 못 걷는데 숙소 없을까 애원했지만 이 마을에는 없고 다음 마을까지 택시를 타고 가라면서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택시를 기다리면서 부킹닷컴으로 다음 마을 숙소를 재빠르게 찾았고 다행히 딱 한 곳 남는 곳이 있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산티아고순례길
우르테가 마을 진입 / 까미노 

 

 

 

걸어서 다음 마을까지는 7km를 가야 하는데 7km이면 우리 속도에는 두 시간을 더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다행히 스페인 호스트 언니가 택시를 불러줘서 길바닥에서 안 자고 편하게 7km 택시로 이동했다. 이렇게 첫 택시 버프 경험과 4월의 산티아고 순례길 5일 차는 24km로 마무리. 우르테가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 알베르게까지 택시비는 €17 나왔다. 택시는 우리나라처럼 미터를 찍고 가지 않았고 택시 운전기사 언니가(약간 집에서 쉬다가 일거리 받고 태우러 온 느낌)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했다. 우리가 간 알베르게는 마을에서 좀 많이 떨어져서 언덕 위에 있는 곳이라 조금 더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의 푸엔테 라 레이나 모습

 

 

푸엔테 라 레이나 알베르게_Albergue de Peregrinos Santiago Apostol 

가격 : €29.00(booking.com)/1 private room, 저녁 제공 €12/1인, 아침 제공 €4/1인

시설 : 공용 욕실, 공용 화장실, 손빨래 시설 크게 있음, wifi 있으나 약했던 것으로 기억. 

기타 :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서 걸어서 가기에 쉽지 않음 

 

다른 데는 full booking인데 이곳만 좀 널널해서 이상한 곳 아닌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캠핑장과 함께 운영하는 것 같고 굉장히 크다. 시내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서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차 타고 언덕을 올라올 때 여긴 순례자가 지친 몸으로 걸어서는 못 오겠다는 말을 연거푸 둘이 외쳤으니 말이다. 

이층 침대도 있어서 수용인원도 많고 방 사진을 미쳐 못 찍었는데 우리가 묵은 방도 그냥 판자로 방을 나누어 만들어 둔 공간에 2층 침대 한 개씩 넣어둔 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고 샤워실이 좋았던 것은 수전을 계속 누르지 않아도 물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었다. 

산 위에 위치해 있어서 날 벌레가 좀 많았다. 남편은 밖에다 빨래를 말려놓고 마른 옷을 입었는데 옷 안에 벌레가 있었는지 벌레를  같이 입었더랬다. ㅎㅎㅎ 혹시 여기서 빨래를 말린다면 꼭 탈탈 털고서 입길 바란다. 

 

산티아고순례길

 

저녁_파스타-치킨구이/ 앤샐라다-돼지고기구이 +디저트 

체크인할 때 저녁을 먹겠다고 하면 메뉴판을 주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때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산티아고순례길

 

 

같이 저녁을 함께한 친구들과 찰칵. 어쩌다 멘붕의 상황으로 오게 된 숙소인데 생각보다 좋았다. 우리가 묵었을 때는 아직 춥고 벌레가 많지 않을 때라 괜찮았다. 마을 초입에 위치해있고 중심부와도 멀어서 접근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식사도 주고 여유롭게 지내다 가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다음에 다시 온다면 마을 내부에 있는 알베르게에 묵어보고 싶긴 하지만.. 둘이서만 쓰는 방을 29 유로면 가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택시를 탔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잘 해결되어서 이번 하루도 감사하다. 순탄하게 가고 싶다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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